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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 인연
면도히
2014. 11. 30. 23:21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스쳤다면 우리의 인연도 달라졌을까. 돌아가던 톱니는 어느 날 갑자기 어긋나버렸다. 눈을 감았다 떴다 셀 수 없는 날을 반복하며 뒤바뀌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적으로 하지 말았어야할 생각이었다.
우리를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는 내가 죽어야 끝을 맺는다. 날이 정해져 상영되는 영화처럼 한없이 반복되었다.
시계탑 앞,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 내리고 있던 비는 이미 짜인 운명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영원히 갇혀버렸다. 내 헛된 바람 탓이다. 바늘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돌았고 우산에 새겨진 모양들은 한결 같았다. 가까워지는 너의 얼굴은 어쩐지 하늘에 싸인 먹구름처럼 어두웠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처음 건넨 말이 고작 그거였다. 너는 어딘지 안타까운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설핏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형편없는 멘트네요.
종인아, 나의 김종인아. 우리는 어떻게든 만나야할 운명인 것이다. 내 죽음은 그렇게 또 다시 너를 향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