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ㅈ 두 종류의 사람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이 살고 있어. 휘갈긴 펜촉이 걷어지자 하얀 종이 위에는 어느 새 멀끔한 글귀가 적혔다. 그는 기세등등한 눈길로 이쪽을 응시했다. 손가락을 타고 다니는 펜은 까만 잉크로 가득 차 있었다. 떨어져 깨진다면 팍 터져버릴 터였다.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딱히 받아칠 의향도 없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여겼는지 강조하듯 문장 아래를 죽 그어주기까지 한다. 지금 필담을 나누자는 건가 싶었다. 비어있는 양 손을 보여주었다. 인상이 어두워졌다. 불만이 가득이었다.
이번에는 특정한 부분만을 한참 그어냈다. 가리겠다는 의지를 담아 새까맣게 칠해버린다. 때문에 뜻하는 바가 단숨에 바뀌었다. 세상에는 딱 두 사람이 살고 있어.
정확히 보았다. 그 또한 내가 글을 읽었다는 걸 알아챘다. 펜 끝을 꾹 눌렀다가 뗀다. 마침표가 커다랗게 번져 나왔다. 잉크가 둥그레 걸쳐진 촉은 나와 그 자신에게 한 번씩 향해졌다. 수를 셈했다. 나는 하나, 당신은 둘이었다.
굳이 짚어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세계는 이제 너와 나, 나와 너로만 이루어진다. 탓할 기력이 부족하다. 막무가내인 건 알았어도 이정도일 줄 몰랐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상대했어야 했다. 이제는 모르는 척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만히 눈만 마주했다. 생글생글 미소를 담은 얼굴이 간격을 좁혀온다.
내가 이겼어. 유리 막에 가로 막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때문에 직접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벙긋거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너무도 뚜렷한 입모양이었다.
맞아, 김종인 네가 이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