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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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 그런 삶

S2015. 12. 7. 04:21

140630





그에게는 현재의 삶, 지금 살아가는 삶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그런 것들이 꽤 부러웠다. 내게는 과거의 삶이 여전히 중요했으니까.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그를 보는 것이 좋았다. 지금은 비록 길이 달라졌지만 당시는 함께였다.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교내 창가에 달라붙어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에 대해 알려주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음악을 만들 거야. 네가 추는 춤에 어울리는 음악.

기타 코드를 겨우 외우고 있을 때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별다른 답이 들려오지 않으니 그는 긴 속눈썹을 위로 붙여 나를 가만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 안에 내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그곳에 쏙 담겨있다는 게 신기해서 멀뚱하니 응시하였다. 그곳에 갇힌 난 조금 바보 같은 표정이었다. 볕을 그대로 쐬고 있어 졸린 인상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내가 짓는 멍청한 얼굴과는 다르게 그는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였다. 종인이 너는 날 위해 춤추는 거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허나 그 말에도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여겼기에 그랬다. 서로에게 했던 다짐은 그게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지킬 것이라 생각했다. 흥얼대는 멜로디는 후에 악기를 타고 흐르면 훨씬 아름다워질 것을 알았다.

이제 와서야 후회한다. 그에게 조금 더 확신을 줄 것을 그랬다고. 정말로 그가 지은 음악에 맞춰 춤추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그 옆에서 작곡도 도와주었을 텐데. 눈물도 나지 않는다. 이제는 흘릴 수 있는 몸도 없다. 정신만이 남아 곁을 맴돈다. 어디로도 가지 못했다. 이게 바로 미련인가보다. 살아있을 적에는 미처 몰랐던 감각이다.
박찬열, 박찬열. 아무리 불러도 그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차갑게 식은 날 붙잡고 비명과도 같은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정작 나는 여기 있는데 그는 날 보지 못한다.

지금을 살아가야하는 그를 위해 과거는 잊혀 져야하는 것이 맞다. 이제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현재에 속상할 일도 없다. 그게 맞는 것이라 생각하면 또 이상하게 마음이 쓰렸다. 찬열이 살아갈 순간을 위하여 나는 이제 조용히 묻혀간다. 네가 만들어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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