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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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 잡은 손

S2015. 12. 7. 04:31

140705





우리는 극장에서 처음 손을 잡았다. 깍지에 들어차던 촉감이 아직도 선명하다. 축축하게 감겨오는 손바닥이 뜨끈하게 달구어져있었다. 장면이 몇 번이고 바뀌는데도 정신은 온통 그 곳에 쏠려있었다. 순간은 온전히 단둘이었다.
종인이가 먼저 내밀었다. 살금살금 눈치를 보고 있던 것을 알아챘는지 팔 받침대에 턱하니 올려놓았다. 마치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곁눈질로 보는데 캄캄한 내부에 유독 그 옆선만은 뚜렷했다.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빛이 온통 그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무엇에 홀린 듯 다섯 개로 나뉜 살결을 겹쳤다.

“형.”
“어?”
“뭔 생각해요.”

탁자 아래에서 다리를 들어 곱게 접힌 무릎을 퍽퍽 내려친다.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는 것을 보니 심기가 제법 뒤틀린 모양이다. 저를 앞에 두고 눈을 흐리게 뜨고 있던 까닭임에 분명하다. 네 생각하고 있었지. 그렇게 말하면 빤한 대답이라며 입을 쭉 내밀 모습이 선했다. 턱을 반대쪽으로 고쳐 괴었다.

“우리 처음 손잡고 나서 얼마 만에 했나 생각 중이었어.”

말을 이해 못했는지 날 똑바로 쳐다본다. 일순간 두툼한 입술 덩어리가 두 개로 쪼개지며 작은 탄성을 냈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진심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바닥을 보인 파르페가 빨대 안에서 호록호록 넘어가는 소리만 났다. 그러다 작은 소음이 뚝 끊기는가 싶더니 곧이어 명쾌한 답이 나왔다.

“영화 끝나고 바로.”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만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이미 손을 잡은 때부터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꼬박꼬박 형, 형 하던 녀석이 내 이름을 아무 거리낌 없이 툭툭 내뱉으며 신음하는 건 꽤 자극적이었다. 그건 뭐, 지금도 같다. 
식빵과 같이 나왔던 생크림을 빨대에 쿡 찍더니 나에게 넘겼다. 입을 벌려 쏙 빨아내자 흡족하게 눈을 휘어 접는다. 다시 한 번 찍어내 이번에는 자기 입에 담는다. 혀로 톡톡 치며 굴리는 꼴이 알만했다. 

“영화 보러 갈래?”
“아니.”

언제나 뒤에 붙던 ‘요’자가 뚝 끊겼다. 누가 보면 건방지다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김종인이 보내는 신호다. 빨대를 탁자 위에 놓고 소파 뒤쪽으로 몸통을 쭉 뺀다.

“박찬열 보러 갈래.”

그러면서 손가락을 들어 나를 툭 가리켰다. 시큰둥한 손짓을 그대로 잡아서 감았다. 손바닥이 포개졌다. 그 때처럼 우리는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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