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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 각인

S2016. 10. 28. 16:49

190321






이름이 새겨졌다. 때마침 거울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위치다. 요 며칠 새 자꾸 따끔따끔 하다 싶어 잠꼬대 하다 긁혔나 가볍게 넘겨왔다. 연고를 발라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 싶더니 이렇게 될 줄 예상 못했다.

반전된 이름을 인지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박. 아니야, 안 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박, 바악, 아아악. 반복해서 눈에 담을 때마다 더 선명해질 따름이다.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살이 새빨갛게 달았다. 물에 닿을 때마다 진정되기는커녕 진물이 비집고 새어나오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날씨도 더운데. 왜 하필 쇄골에, 이 이름이. 코로 크게 숨을 들이고 목구멍에서 신음했다. 타일에 이마를 찧다가 손톱으로 미끈한 벽면을 긁더니, 종국에는 소리를 질렀다. 아침부터 깊은 절망을 맛봤다.

하필 그 많은 이름들 중에 박찬열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종인아.”



부르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등 뒤 바로 닿는 온기가 느껴지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바짝 붙어있던 찬열은 종인을 비틀어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쩐지 발가락이 오므라드는 기분이다. 목덜미가 찌릿하여 얼른 뒤로 물러났다. 한 걸음만큼 사이가 멀어졌다.

어떻게든 피해 다닐 심산이었는데 결국 화장실 앞에서 만났다. 방학 전까지 겹치는 수업만 잘 넘기자 했건만 하루 만에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래서야 종일 빙빙 돌아다닌 의미가 없다. 종인은 어떻게든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신 눈치를 보았다.

신장 차이가 그림자를 만들어 길목을 막아섰다. 여태 한참 찾았다며 의도를 분명히 했다. 문장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수업은 들어왔느냐, 점심은 혼자 먹었느냐, 이 교수님 과제 어렵지 않았느냐. 대강 고개만 끄덕였다. 이 영양가 없는 질의응답 시간만 지나면 집으로 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안쪽이 점점 저려왔다. 속이 덥다. 종인은 가슴팍을 몇 번 털었다.

혼자 열심히 떠들던 찬열은 일순간 말허리를 끊었다. 조용해지니 오히려 분위기가 음산했다. 조심스럽게 눈을 올렸다.



“벌레 물렸어?”



시선이 노골적으로 한 부근에 머물렀다. 가리고자 붙여둔 밴드가 오히려 흥미를 끌었다.

그렇다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제 집에 모기가 있었던가, 사소한 고민이 먼저였다.

어느 새 가까이 다가온 투박한 손가락이 목 부근을 끌어내렸다. 살짝 닿은 살이 쓰라리다. 종인은 절로 인상을 썼다.



“그냥, 좀 긁혔어.”



걸린 손길을 피해 떨어져 나왔다. 매무새를 다듬으며 뒤로 두 발짝 더 디뎠다. 어쩌다보니 변명을 냈다.

찬열은 그새 바지주머니 속으로 손을 찔러 넣었다. 삐딱하게 선 채 의연한 얼굴이다. 그 표정이 오히려 종인 안쪽에 자리 잡은 불안을 살살 긁었다.



“술 마시러 가자.”



뜬금없이 내뱉은 한 마디에 갖가지 변명거리가 우르르 떠올랐다. 심장을 텅텅 내려치는 감각은 애써 무시했다.



“약속 있어.”


“약속?”


“응.”


“누구랑.”



밀고 들어오는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박찬열은 꼭 이런 부분에서 말꼬리를 잡는다. 거짓말을 간파하고 놀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몇 초간 정적이었다. 허리를 굽힌 찬열이 살짝 웃었다.



“이따 우리 집으로 와.”



싫어. 간단한 단음이 발화되지 못하고 혀끝에 감겼다. 왜인지 박찬열 앞에서는 의사표현이 쉽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볼 안쪽만 잘근잘근 씹었다.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찬열은 어깨를 툭툭 치고, 먼저 간다는 말과 함께 스쳐지나갔다. 닿은 부분이 화하게 달아올랐다. 종인은 반대 손으로 죽지를 감쌌다. 숨이 턱 끝에 간신히 매달렸다. 싫다고, 싫다고 말해야 한다. 초를 의식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 콘돔 다 떨어졌으니까 올 때 사와.”



놀라 뒤를 확 돌았다. 넘겨보고 있어 정확히 마주했다. 시야에 들어온 이목구비가 그늘져있어 인상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였다. 오른쪽 귀를 얻어맞은 듯 이명이 퍼졌다. 이후 갑자기 몰아치는 욕지기에 찬열보다 먼저 자리에서 벗어났다.

간신히 아래층 화장실로 가 변기통을 부여잡았다. 빈속인지라 묽은 액만 넘어왔다. 손발이 같이 덜덜 떨렸다. 된소리가 어금니에서 잘게 씹혀 나왔다. 박찬열, 석자와 함께였다.

입을 헹구다 거울에 비치는 쇄골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혹여 밴드가 떨어질까 꾹 눌렀다.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한다. 이대로 박찬열 손에 놀아날 순 없다.

찬물을 뒤집어썼다. 눈두덩 위를 진득하게 누르자 물이 턱 끝으로 흘러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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