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히방

공지사항

ㅊㅈ 초콜릿

S2014. 4. 29. 23:50

 

 

경쾌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둑하게 내려앉았던 공간에 흐린 빛줄기가 새어 들어왔다. 눅눅하면서도 달큼한 향내가 스멀스멀 기어 다녔다. 꽉 막혀 환기가 되지 않았다. 남자가 문을 놓자 방울은 격렬하게 제 몸을 뒤흔들다 이내 진정된다. 그나마 들어오던 바깥이 차단되었다. 다시 어두워졌다. 안에 있던 모든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그는 특별할 것 없다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소리에 하나에도 품위가 묻어나왔다.

코트는 내부와 엮여 무거운 차림이었다. 그 안에서 언뜻 정복자가 내뿜는 기운이 보였다. 색이 다른 한 명이 안쪽을 어지럽혔다. 너무도 진했다. 어깨를 움츠리는 자들이 여럿이었다. 그 중에서도 멋모르고 눈을 샐쭉하게 뜨고 있던 이는 남자가 바로 앞으로 걸어오자 시선을 내렸다. 꼬리가 있었다면 땅에 처박힌 꼴이었다.

원형으로 설계되어있는 가게 내부에는 사람들이 여럿 자리하였다.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무런 말도, 소리도 내지 않고 눈만 떴다. 그들은 제법 잘 차려입은 행색이었으나 노곤한 눈빛들이었다. 마치 주변 향기에 취해있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한 손마다 들고 있는 은색 접시였다. 빛이 거의 없는데도 유독 반짝거렸다. 위에는 초콜릿 한 조각이 놓였다. 모양은 각자 달랐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그들을 음미하였다. 구두 굽이 마찰하는 소리만 멀리까지 공명하였다.

중간 쯤 도달한 그는 마침내 발을 멈췄다. 여전히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본다. 방금 전까지는 침침했던 눈동자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 앞에는 머리색을 하얗게 뺀 소년이 다리를 여유롭게 꼬아 앉아있었다. 턱을 괴고 있는 손에 접시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낸 채로 꺼풀을 닫았다 열고 하는 것이었다. 저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운이었다.

기다란 손가락이 턱을 쥐었다. 달려 올라가서야 눈을 마주했다. 진하게 패여 있는 눈두덩을 잠시 보다 시선이 내려온 남자는 진 미소를 지었다. 두툼한 입술에 머금고 있는 둥근 초콜릿은 농익어있다. 은물결로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쥐어 고개를 꺾게 하였다. 남자는 허리를 숙였다. 그대로 목구멍까지 훑어낸 초콜릿은 상당히 달았다.

빨간 혀가 잠깐 튀어나오며 눅진한 숨을 뱉어내었다. 오히려 소년이 먼저 물어 씹었다. 기세를 죽일 생각이 도무지 없어 보였다.

그는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소년이 앉아있는 자리 바로 옆에 놓았다. 박찬열. 세 글자만이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명함을 두고는 곧바로 등을 돌려 나머지 길을 밟아나갔다. 여전히 여유는 놓지 않았다. 들어오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뒤에 소년이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게 안 모든 시선이 이번에는 양쪽으로 나뉘었다. 방울 소리는 큼지막하게 사방을 뛰어다녔고 얼마 후, 가라앉았다.

 

까만 리무진 한 대가 유유히 도로를 지났다. 안은 제법 텁텁한 공기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찬열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제 얼굴 쪽으로 소년을 끌어당겼다. 당연하게 벌려온 입술 끝에서는 초콜릿 향이 묻어났다.

 

 

“이름은?”

 

 

거칠게 몰아쉬는 숨에서도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미처 답할 새도 없이 다시 집어삼켰다. 소년은 모든 것을 다 받아내었다. 일순간 밀려올라오는 아랫도리에도 같이 움직여주었다. 옷끼리 마찰하며 더욱 또렷한 자극을 전했다.

 

 

“카이.”

“그거 말고.”

 

 

찬열이 내는 말에 카이는 입매를 잘게 구겼다. 가게에서 쓰는 가짜는 쓸모없다는 의미였다. 입가를 더 미세하게 부수어 위로 쭉 끌어당긴 그는 밀려오는 찬열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뚝뚝 끊어지는 듯한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알고 싶어?”

 

 

소년은 몸을 돌려내어 그 위로 올라갔다. 옷은 여전히 갖추어진 상태였다. 척추 한 가운데를 눌러 상체를 깊게 숙였다. 아슬아슬하게 입술 위에서 숨결을 불어넣었다.

 

 

“알아내봐.”

 

 

그것을 신호로 허리에는 커다란 손이 감겨왔다. 아주 느린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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