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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 목련

S2014. 4. 30. 00:06

 

 

 

꽃을 닮았다하였다. 늘어진 천을 휘어잡아 끌어당기며 그리 귓가에 속삭였다. 얌전히 있으라 명을 받았으나 감히 밀쳐냈다. 목주변까지 내려오는 단내가 너무도 강한 이유였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그 꽃이 무엇이냐 물었다. 대답은 돌아오지않았다. 그저 그날따라 유난히 휘황찬란하게 비추어오는 달만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꽃. 사내로 태어난 자에게 해줄 말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저 이는 꿋꿋이 입술을 달싹였다. 제법 깔끔하게 떨어지는 턱선도 같이 움직이고있어 쉽게 눈을 뗄 수 없던 것을 기억한다.


종인아.


그가 부르는 내 이름은 때에따라 무게가 달랐다. 마치 연못 위를 걸어다니는 선인이라도 된 것처럼 가볍기도, 빗방울에 가라앉아가는 잎사귀처럼 무겁기도했다.


어찌 부르시옵니까.

아직은 날이 쌀쌀했다. 그래서 더욱 달빛이 맑게 드리워졌는지도 모른다. 나뭇가지가 그림자로 이루어져 방 안쪽까지 넓게 펼쳐왔다. 또 다시 향기가 풍겼다. 사뭇 익숙했다. 그에게서 흘러넘치는 것이라 여겼다 나중에야 비로소 온전한 방향을 찾았다.
정확히는 목덜미였다. 바로 뒤에서 넘쳐났다. 딱히 거울로 보지 않고 손을 가져다댔다. 비단 촉감이 엉겨오는가 싶더니 그가 붙였을 것이 당연한 꽃잎이 잡혔다. 하얀 불빛을 따로 켜놓기라도 한듯 밝았다. 아직 봉오리였지만 향은 충분했다. 영문을 물으려 슬쩍 내밀자 입매를 위로 쭉 밀고 눈을 휘었다. 장난이라도 치려고 그랬던 것인지 큭큭대는 소리마저 냈다.
역시 닮았구나. 예? 너는 그것이야. 아직 여물지않은 목련.
뒤는 작은 탄식이었다. 커다랗게 떠 있던 달이 가려지고 까만 풍경이 가득 차올랐다. 터져나오는 기침 소리가 거칠었다. 어찌 손 써볼 틈도 없었다. 그가 직접 막아섰다. 후두둑하며 목구멍에서 곧장 무언가 쏟아져 나오는 울림까지 들렸다. 순간 코를 시큰하게 뒤흔드는 비린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였다.
그가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감아오는 손길, 바라보던 눈짓 심지어 겹쳐온 피부결마저 모두 병든 것이었다. 애초에 그러했다. 별다른 기대를 가지진 않았다. 알고있어 놓아주기 쉬웠다.




"...쉬웠다."




한번 입으로 내뱉자 끓어오르는 공명이 판을 뒤집었다. 쉽지 않았다. 결코 쉽지 않았다. 쉬웠을리 없다. 그를 지워가는 일은 맨살을 베어내는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남모를 비명을 질렀다.
쉬워보여야 했다. 그와 나 사이에는 어떤 연도 있어 보이면 안되었다. 그는 한 집안에 자리 잡고있던 산이다. 어느 날부터는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산은 우뚝 서 있었다. 박찬열. 차라리 아무것도 남기지말 것을, 그는 자신대신에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새기고 떠났다.
지독하게 진해지는 봄이 오면 살아나는 그를 만나기 위하여 신을 신는다. 달을 머금은 나무 꽃봉오리 하나를 떠낸다. 목덜미에 느리게 묻혀내면 어느새 다가와있다.
종인아, 너는 꽃을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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