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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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ㄷ 타락

P2014. 5. 29. 19:59

 

 

날개죽지가 남들과는 달리 돌출된 돌연변이로 태어난 수호 자라남에 따라 여린 뼈가 살갗을 찢어놓기에 이르고 결국 사탄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마을에서 쫓겨남 뼈에서는 점차 작은 빨대가 징그러울정도로 돋아남 수호는 밤새 울며 뜯어냈음 그때마다 작은 깃털이 날렸는데 극심한 고통때문에 제대로 보지못함 흉측한 몰골로 쓰러져있는 그를 목동인 디오가 발견하게됨 깊고 높은 들판에서 홀로 양을 치는지라 사람과 잘 만날 일이 없어 수호의 모습을 보고도 그저 상처를 치료해줄 생각뿐이었음

열이 끓어 정신못차리는 수호를 계속 보살폈음 그동안에도 빨대는 꾸준히 돋아났는데 뜯는 이가 없으니 모양새를 제대로 잡기시작함 붕대로 얼기설기 감싸놓은 탓에 잘보이진않음 며칠이 지나 간신히 눈을 뜬 수호는 낯선 환경에 일단 당황했지만 스프를 들고들어오는 디오를 보고 왠지모를 편안함을 느낌 순박하게 생긴 청년이 자기 모습을 보고 두려워하기는 커녕 다친 곳을 걱정해주자 감정이 울컥 쏟아짐 붕대를 풀려는 것을 보고 디오가 말렸음 대신 갈아주겠다고 뒤로가서 붕대를 칼로 뜯어냄 그런데 그 안에서 무언가 토독 토독 터지는 소리가 나는가싶더니 빨대가 일제히 터지며 새하얗다못해 투명한 깃털이 수북하게 수호를 덮었음 예상치도 못했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수호는 일단 도망감 날개를 잘 접지도 못해 집 안 기물이 깨지고 난리였음 디오는 멍하니 있다가 그를 쫓아나섬

나름 고산지대라서 디오가 볼 수 있는 동물은 한정적이었음 그중에서도 새, 허공을 가로지르며 어디든 가는 새를 그는 가장 좋아하면서 부러워했음

 

저 이는 새야!

 

얼굴에는 흥이 잔뜩 퍼짐 결국 잡아서 긴 이야기를 나누게됨 역경을 다 듣고난 후에도 분명 새라고 단정지었음 디오덕에 건강도 많이 나아져갔음 보답을 하고싶은 마음에 곰곰 생각하다 혹시 날수있다면 그래도 도움을 줄수있지않을까하여 그때부터 나는 연습을 시작함 아무란 기초가 없으니 항상 실패였음 처음에는 디오 모르게 하려했으나 상처가 생기자 알아채게됨 디오는 일을 뒤로하고 수호가 날 수있게 도와줌 여태 자신이 관찰해왔던 날갯짓을 보여주기도 하고 근처에서 새를 잡아다 어떻게 퍼덕이는지 보기도함 서서히 발전해가는 척도가 눈에 띄게 달라짐 언뜻 날기도함 둘은 정말로 기뻐했음 그러던 중 잡아놓은 새가 날아 도망감 그건 아주 당연한 거였고 후에는 놓아줄 생각이었기에 차라리 더 편했을지도 모름 이제 새를 보지않아도 방법을 아니까 괜찮다고 수호는 말했지만 구겨진 디오 얼굴은 한동안 펴지지않았음 그는 새야 수호를 보는 디오의 눈이 까맣게 됨

볼 때부터 아름답다고 느꼈음 그런 이에게서 항상 동경을 품었던 날개가 돋아났을 때는 어떤 희열도 퍼졌음 할줄 아는것이라고는 양 치기와 묽은 스프 끓이기밖에 없는 자신에게 연신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히는 남자를 보고 우월감을 가지기도했음

 

하지만 그는 새야 새는 묶여있지않아

 

여전히 나는 연습은 함께했으나 어느순간 사라져버리는 때가 잦아짐 시간이 지나면 양털 벗기는 작은 칼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나타남 어떻게 된거냐 물으면 나중에 저 밑까지 날아갔을 때 길을 잃지않기위해 지리를 익히고있는 중이라 함 수호는 불안해함 혹시나 디오가 자신을 싫어하게된건 아닐까 귀찮게한 나머지 버리려는게 아닐까.. 마을 사람들이 자꾸 겹쳐보여 울적했음 어떻게든 확실히 익혀 디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자는 시간까지 쪼개 연습함 디오가 또 자리를 비웠을 때 어린 양 한마리가 무리를 이탈해 움직이다 절벽에서 구르게됨 앞뒤 볼것없이 몸을 던졌고 아주 잠시간 진짜 비행에 성공함 기뻐하기가 무섭게 양이 너무 바둥댄 나머지 중심을 잃고 땅에 곤두박질쳤음 여긴 어디지 어떻게 다시 올라가지 하며 헤매는데 어디선가 피비린내가 확 퍼짐

따라 들어가보니 숲길바닥에 동물 사체같은 것이 널브러져있었음 들짐승에게 뜯어먹힌 흔적이 다분했음 정말 기이하게도 전부 새였음 하늘에서 폭격이 터졌을리도 없는데 새가 이렇게 많이, 게다가 들짐승들에게 씹어먹힌게 이상함 싸한 기운에 사로잡혀 수호는 이 주변 지리를 익히며 돌아다닌다고 했던 디오가 떠올라 계속 그 이름을 불러찾음 양도 같이 울음소리를 냄 얼른 만나고싶었음 두려움이 도를 지나침 숲속에서는 두 음성만 연신 울려퍼짐 계속 돌아다니다 힘이 빠진 수호가 잠시 앉으려는 새에 양이 쏙 빠져 멀리 멀리 도망가버림 쫓을 기운도 없었음 한순간에 적막이 감쌌음 이제는 그 혼자.. 이곳에 떨어진 이유도 없어져버림 어떻게든 모른 척하고있던 사체들까지 눈에 콱 박힘

 

디오..디오..

 

벌어지는 잇새에서는 이름만 맴돎 날이 저물어갈 쯤 이제 멀리서는 짐승들이 먹이 찾는 소리가 들려옴 달달 떨리는 제몸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날개를 펴서 둥글게 몸을 감쌌음 깃털로 이루어진 고치같기도 했음 근처에서 나뭇잎 밟히는 바스락 소리가 들리고 긴장해 숨까지 멈춤 눈물은 나는데 흘리면 잡아먹힐 것같아 양 눈을 꾹 누름 겹쳐놓은 날개사이가 억지로 쩍쩌억 벌어지는데도 부들부들 떨기만함

 

여기서 뭐해요

 

짐승은 낼 수 없는 단어에다 익숙한 울림이 앞에서 전해지자 간신히 눈을 떴음 흐리흐리한 앞에서도 보이는 디오 얼굴에 수호는 무엇보다 죄를 고함 양을 잃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나를 버리지말아달라 딱 그 말을 듣자 디오 몸이 움찔 떨림 가까이 무릎을 꿇고앉았음 날개가 자꾸 모여들어 손으로 잡아벌린 채였는데 들고있던 칼날에 깃 몇 가닥이 베어 흩날림 일단 올라가요 여긴 너무 위험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은 전보다 훨씬 새카맸음

마을은 난리가 남 새들이 다 죽어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누군가가 보기를 날개달린 엄청 큰 무언가가 양을 잡아채서 숲으로 끌고들어갔다함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음 개중에는 혹시 우리가 버린 사탄 자식이 보복해오는게 아니냐 쫓아낼 것이 아니라 죽였어야했다

끔찍한 말들을 아무렇지않게 내뱉음 목격한 사람을 따라서 사탄이 있다는 고산으로 다같이 가기가 이르렀음 여느때와같이 숲속에 있던 디오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오자 엮고있던 무언가를 커다란 나무 통안으로 밀어넣음 마침내 인간들이 그와 맞닥뜨리게됨 무리들은 이곳에 있는 낯선 사람에 당황했음 다행히 디오와 아는 얼굴이 있었는데 그리 사이가 좋지는 않았음 일단 그 인간이 마을 무리들을 진정시킴 저 애는 인간이라고 사탄 행방에 대해 아는게 있는지 물어보자고함 말을 들은 디오는 고개를 저음 딱봐도 찾는게 누군지 알것같았음 양이 있을만한데는 자기네 목장뿐인데 양은 사라진적이 없으니 그쪽이 잘못본거다 너무도 분명하게 말함 수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아니라고하니 뭐라 덧붙일 말이 없어 다들 뒤로 빠짐

문제는 다음날 그 마을 사람 한명만 독자적으로 숲속에 들어갔다는거임 어제 갔던곳말고 다른쪽으로 빙둘러 걷는데 날파리들이 지나치게 들끓는 곳이 있어서봤더니 양 사체가 뜯어먹혀 괴하게 놓였음 거짓말을 확신하고 혹여나 마주칠까 조심조심 올랐음 사탄을 숨겨주다니 괘씸한 것 너도 처형에 이를 것이야

수호는 딱 집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고 심신을 달래고 있었음 전보다 숲은 자신에게 너무도 위험한 존재가 됐음 날개 달린 것들이 그렇게 잔인하게 찢겨있는것을 보고 왠지 자기도 거기에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었음 디오가 끓이고 간 스프 역시 입에도 대지 않음 날개를 둥글게말아 자기 발가락만 유심히 바라보았음 디오가 돌아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들림 누군가 있는 걸 확신하듯 몇번 더 간헐적으로 똑똑거림 문을 열려고 침대에서 일어섰다가 문득, 디오가 여태 문을 두들긴적이 있었나 그리고 오늘은 숲을 내려가지 않았음 풀 먹이러간다고 양들을 끌고 가는 것을 보았음 그렇다고 이웃집이 있는 것도 아니니 수호는 단숨에 딱딱하게 굳음 어떤 두려움때문에 새하얗게 질리기까지함 안에서 반응이 없자 이제는 아예 문고리를 부술 듯 덜컹거렸음

누구냐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음 한참을 그렇게 위협을 가하다 뚝 멈춤 간건가? 어떻게 된거지? 나가볼까? 열어볼까? 수십 번을 고민하다 문고리에 손을 살짝 댔음 일순간 입이 훅 막히며 누군가에 의해 뒤로 성큼성큼 끌려가 수호는 온몸을 파드득거렸음

 

 

작은 숨결이 귓가에 닿자 곧바로 움직임을 멈춤

 

디오..?

 

대답은 없었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 아주 고요한 진동이 마저 웅웅 전해짐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노려 죽이려는 것 같아 반문을 하려했지만 이유가 바로 눈 앞에 보여 그럴 수 없었음

 

이거때문일까?

 

하며 손바닥에 들어오는 깃털 하나를 잡아 뽑음 따끔한 탓에 슬쩍 어깨가 움직였음 이번에도 역시 대답은 없었음 디오는 수호 손에서 깃털 잡아빼고 훅 날려버림 하늘하늘 떠다니는 작은 털뭉치를 바라다봄 난 그저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한동안 아무말없이 묻혀있던 수호는 정신을 확 차리고 디오 손을 꾹 눌러잡음

 

잘라줘

 

그게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가 됨 겹쳐진 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음 의자에 수호를 앉혀놓고 일단 눈을 가려놓음

 

잠시만 기다려요

 

디오가 바깥 문을 딱 열었는데 사람이 쓰러져있음 뒤통수를 얻어맞았는지 붉은 줄기가 목 뒤로 이어져있었음 아무것도 모른 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수호를 어깨 너머로 확인한 뒤에 옷을 쥐어잡아다 집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음 다른 의자에 남자를 묶어놓고 입에 본드를 발라다 막아버림 그러고는 앞머리를 잡아 양옆으로 흔들면서 볼을 툭툭 쳤음 남자가 정신을 차려가는게 보이자 디오는 바지춤에 끼워놓은 칼을 돌려잡고 쉬이이하는 바람소리를 냄 순식간에 목을 쭉 그었음 꿀렁꿀렁 나오는 핏줄기는 멈출 기세가 안보임 제법 날카롭게 갈려있는 날에 묻은 피를 공중에서 툭툭 털어냈음 남자는 죽어가는 중에 자기 눈앞에 있는 날개달린 존재를 보고 동공이 크게 떠졌음 천으로 눈을 가리고 경건한 자세로 앉아있는 그는 사탄따위와는 거리가 멀어보였음 그보다는 오히려...

 

소리 질러도 돼요

 

말과 동시에 왼쪽 날개 끝부분을 끌어잡아 빠른 속도로 쳐냈음 수호는 터지려는 목구멍을 억지로 눌러 자기 살덩이를 물어씹음 핏물이 몰려올정도로 강한 힘이었음 어찌 보면 어떤 것보다 질척하게 서로를 갈구하는 행위같이보임 남자는 믿을 수 없어 자꾸만 감겨오는 눈알만 히뜩 떠 바라봄 마치 죽이는 것처럼 보였음 깃을 걸러내는 솜씨가 한두번 해본 일은 아닌 듯 싶었음 안으로 들어갈 수록 핏물이 터져 흐름 눈뜨고보기 끔찍할 정도였음 가려놓았지만 수호 볼을 타고 길다란 물줄기가 흘러내렸음 처음 만났을 때처럼 휑한 꼴이었음 깃털을 다 정리해놓은 뒤 남은것은 이제 뼈대뿐이었음 아예 칼을 내버리고 핏물이 덕지덕지 밴 양손을 들어다 꽉 잡음 파르르 떨리는 몸을 달래주듯 머리를 쓰다듬었음 곧 앞에 있는 남자를 확 노려다보고는 뼈대를 잡아부러뜨려버림

마침내 처음으로 비명을 확 지르게됨 비틀어올리는 몸뚱아리가 온 고통을 다 집어삼킨 꼴이었음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고 똑같이 반대쪽도 부러뜨려냄 달달 떨다 수호는 기절해 버렸음 디오는 거친 호흡을 몰았음 그후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남자에게 다가갔음

무언가 말하고싶어하는 듯했으나 입을 막아버려 그냥 쳐다만보고있음 디오는 수호 피가 말라붙은 오른손을 들어다 남자 얼굴에 꾸욱 눌러 비벼댔음 정확히 어딜 보는지도 모르게 흐린 시선으로 입을 열었음

 

진정한 타락이 결국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디오가 나무 통 안에 숨겨둔 것은 잘라낸 깃털들을 엉성하게 엮어놓은 날개모형이었음 여러 종류의 것들을 마구 갖다붙인 것처럼 색깔도 전혀 맞지 않았음 수호에게서 부러뜨린 뼈대를 죽은 남자 등에 꽂아넣고 그 날개를 대충 걸어다놓음 얼굴은 피떡이 되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음 칼로 난자해져 있는데 그럼에도 이마 정중에는 뒤집힌 펜타그램을 딱 새겨놓음 마치 정말로 사탄이 그렇게 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음 디오는 양 한마리를 절벽에 끌어다 모형날개를 단 시체를 업혀놓고 횃대에 붙인 불을 망설임없이 옮김 화르륵 번져나자 아래로 밀어떨어뜨렸음 날개가 먼저 재가 되었고 양이 내지르는 비명과도 같은 울음이 멀리가지 못하고 끊김 디오는 아래를 가만 내려다보았음 그래도 살아서 퍼덕대는 양이 온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움직이는데 나무와 풀에 더 옮겨붙기만함

숲은 금방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음 마을까지는 금방 퍼질 것으로 보였음 디오는 땅에 무언가를 끄적거림 남자의 이마에 새겼던 오망성이었는데 고개를 꺾고서 역으로 바라다보다 또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내리쬐는 해를 흐린 눈으로 떠 응시했음

 

진정한 타락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디오는 남자를 죽이기 전에 했던 말을 혼자서 웅얼댔음 팔을 들어 햇빛을 가려서는데 틈새로 자꾸 꾸역꾸역 밀려들어와 여전히 시야를 바로 잡지못함 핏물이 들어있는 피부만 더욱 직접적으로 보였음 때문인지 실소를 지어냄 집으로 다시 돌아가 먼저 스프를 끓이고 끙끙대고 있는 수호를 간호했음

 

 

 

숲은 반이상이 소실됨 다행인지 무엇인지 간신히 마을까지는 피해가 가지 않음 어디부터 불이 퍼진건지 알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탄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함 또 혹시나하여 디오가 있었던 산 꼭대기 목장으로 다들 올라갔으나 오두막에는 누군가 살던 흔적만 남아있고 인간은 보이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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