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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 모델

P2014. 4. 30. 01:02

 

 

디자이너 김종인.. 박찬은 길거리캐스팅 받아서 회사까지 끌려옴 이런거 관심 하나도 없는 놈이라 앞에서 사람이 아무리 너 진짜 운좋은거다 말해도 귓등으로도 안들음 실례할게요하고 휙 나감 회사밖으로 나가다 한 남자가 들어오다 자기 가슴팍에 이마를 툭 부딪힘 남자는 어딘가 졸린 눈으로 박찬 올려다보다 느린듯 어눌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휘적휘적 안으로 들어감 박찬은 유리문 잡은 자세로 멍하게 서 있다가 서둘러 사무실 다시 뛰쳐들어감 어디다 서명하면 되죠?!

 

길캐로 들어온 박찬은 모델 일에 관심 없었지만 회사 나서다 우연히 마주친 김카덕분에 도로 들어가 계약을 마쳤음 박찬은 이전에도 몇번 여러곳에서 캐스팅을 받고 일도 해봤었음 적성에 안맞는다고 때려친게 다반사였는데 그래도 그것도 경력이라고 나름 대접해줌

종인이가 디자인쪽에 속해있다는 소식에 박찬은 더 신남 그럼 자기 그 재밌게 생긴 애가 만든 옷 입을 수 있냐고 직원들이 처음에는 재밌게 생긴애?하고 운을 띄우다 순간 웃음터져서 큭큭댐

그러면서 아마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걘 이제 막 발 뗀애라 옷은 커녕 원단 심부름이 고작이라함 그마저도 전에 한번 실수해서 찍힌 상태라했음 박찬은 불안해짐 얘 하나 보고 들어왔는데..

엄청 철저하게 계약해서 마음대로 물리기 어려웠음 애가 만약 잘리게되면 쓸데없이 자기만 코꿰어버리는 셈임 그건 절대있을 수 없는일이었음 순간 그때 자신이 왜 그랬을까 후회하다 사무실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온 사람을 보고나자 생각이 싹 사라짐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드러난 얼굴은 어딘지 피곤함이 역력했음 처음 봤을때와 같은 졸린 눈에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아이.. 점심 드시라는데요

종인 한마디에 주변 직원들은 전과같이 웃음을 팍 터뜨림 박찬이 재밌게 생긴 애라고 했던 말과 지금 종인 얼굴이 정확히 겹쳐보였던 탓임 사람들 반응에 어리둥절한건 김종인뿐이었음

 

자장면 불어요 얼른 오세요

 

그렇게 도로 문이 닫혔고 여전히 웃음소리는 소란스러웠지만 안에서 박찬만이 고요했움 김카가 들어온 순간부터 멈춰버림 박찬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억지로 끌고감 어떻게든 저 까만 친구를 여기 못박아두어야겠다 마음 먹게되는 때였음

워킹, 시선처리, 자세, 감정표현등 죄다 특훈받음 워킹빼고는 그나마 봐줄만하다고 함 피팅모델이나 광고쪽을 했던 경험이 아무래도 도움이 되는것 같은데 그러면서 워킹만 좀 어떻게하자고 고릴라냐고 혼났음

 

넌 이제 런웨이쪽 서는 모델인데 그래서야쓰겠냐

 

전체 휴식때 안좋은 기분 담고 옥상에 풀러감 근데 저쪽에 이미 자리잡고 누워 한숨 쉬고있는 이가 보임 슬쩍 가보니 그 애였음 숨들이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종인이 눈을 흘낏 돌림 정확히 눈이 마주쳤는데도 다시 하늘을 보는 덕에 괜스레 박찬만 민망해짐 살금살금 근처까지 가서 엉덩이 붙이는데 저쪽이 먼저 입을 염

 

깨졌죠?

 

너털웃음으로 털어내고 종인씨도? 하니까 한번 크게 한숨 푹쉼 박찬은 조금더 다가갔음 일 힘들지않아요? 나름 신중하게 낸 질문이었는데 종인은 입술만 안쪽에서 물어댈뿐 대답을 안함 무시당했다는 느낌에 조금 풀죽어서 무릎당겨 앉는데 이번엔 종인이 같은 질문을 했음 조금도 망설이지않고 기다렸다는듯이 불쑥 내뱉음

 

워킹 너무 어려워요..

 

종인은 하늘에서 눈을 거두고 박찬을 바라보았음 별로 신경쓰지않을줄 알고 사실대로 말한건데 눈알이 하얗게 빛나는걸 보고 순간 두려웠음 이거 혹시 말하면 약점되는건가 해서 큰웃음으로 무마하려는걸 종인이 막아섬 스윽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기도 전에

 

혹시 워킹 한번 볼 수 있을까요?

 

하는 목소리는 전에 한번도 들어본적없는 또렷함이었음 찬열은 팔깨에 돋아나는 닭살을 눌러지우고 예..하면서 저쪽으로 뚜벅뚜벅갔음

긴장감 때문인지 아까 혼났을 때보다 더 둔한 움직임으로 걸었음 종인 앞까지 딱 갔는데 표정이 영 신통치못해서 그대로 멈춰버림 그러자 인상이 갑자기 분명하게 변함 런웨이는 끝까지 돌아야죠 단호한 목소리가 귀안쪽에 딱 꽂힘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보다 더 확실한 훈계였음 이번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돌아서 원래있던 자리로 감 민망함과 방금 전 종인이 낸 싸늘함에 눈가를 슥슥 비벼뜨는데 어느새 일어난 아이가 가까워져왔음

 

제가 봤을 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걸음걸이네요

 

일차적인것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잡아냄 선생님이 놓쳤던 것까지 말하면서 교정해주었음 박찬은 우와 모델들을 많이 보니까 역시 다르구나 입만 벌리다가 문득 한가지 사실을 기억해냄

 

종인씨 회사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지않았어요..?

 

며칠 눈대중으로 보고만 익혔다기엔 지나치게 전문적이었음 한 문장에 종인은 싸하게 굳음 그를 멈추게하는 단추라도 눌러버린 것처럼 입을 다물어버렸음 당황한건 박찬 쪽 내가 뭘 잘못 말한건가싶어서 서둘러 팔을 휘저음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얼마 안됐는데도 대단하다는..

 

하지만 이미 덮기에는 늦었음 대화를 멈추고는 밖에 너무 오래 나와있었다며 들어가보겠다고 건물 안쪽으로 사라졌음 혼자 남은 그는 방금 자기가 낸 말을 물어씹어뱉음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 멍충아! 자책도 끊이지않다 결국 터덜터덜 들어와 연습을 이어나감

 몇 바퀴 돌고나서 선생님이 멈추게 함 또 깨지겠구만하고 모든걸 내려놓은 상태로 바닥만 봄 그런데 들려온 말은 전혀 생경했음

 

야 임마 진작 그렇게 걸을 것이지

 

허무하게 떠나간 종인에 넋을 반은 놓은터라 자기가 어떻게 걷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음 뭐가 어떻게된건지 인지하기 어려웠음

 

다시 해봐

 

그러고 돌리는데 겨우 돌아온 정신이 박찬을 수렁으로 내몰았음 그리고는 아까와 별다를 바없는 고릴라를 데리고왔음 똑바로 안하냐는 소리가 바깥까지 울려퍼지고 선생님은 폭발함

자아성찰 시간이 필요한것같다고 한쪽 벽에 박찬 붙여놓고 다른 모델들만 불러다 봐줌 박찬은 땀뻘뻘 흘리면서 몇시간을 그렇게 벽에 달라붙어섰음

하루 연습 일정 끝나자마자 바로 디자인 사무실로 뛰쳐감 문 벌컥 열었다가 다들 똥그란 눈으로 일제히 이쪽을 향한걸 보고는 조심스레 다시 문닫음 곧 똑똑.. 노크하면서 열었음 여전히 다들 똑같은 눈으로 보고있음 그래도 박찬은 용건을 이어나감

 

종인씨는요?

 

제일 먼저 정신차린 직원 한명이 박찬을 콕 찔러가리킴 반문할 틈도 없이 잠시만요 하고는 틀과 그 사이를 비집고 김종인이 나타남 손 가득 옷감이 들려있어서 찬열은 어쩔수없이 안으로 따라 밀려들어감 책상에 원단 쏟아놓자 여기저기 널려져있던 사람들이 단숨에 와서 하나씩 확인해보기 시작했움 서로 맞게 왔냐고 물어봄 다행히 틀린건 없었음

어수선한 분위기가 풀리고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자 그제야 박찬 챙겨줌

 

맞다 종인아 너한테 볼일 있대

 

문 뒤쪽에 찌그러져있던 멀대같은 남자가 설설 걸어나옴 겹겹이 떠있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이내 돌아옴 머리만 벅벅 거리다 저 얘 잠시만 빌릴게요! 하고 종인 팔 붙잡고 나가버림 옥상까지 데려와서 대뜸 워킹 좀 보여달라함

 

전 모델이 아닌데요

 

말은 그렇게 하는데 일순간 일그러진 눈썹이 고통을 집어삼킨 모양새가 선명함 단순히 표면적인 의미로만 알아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음 분명 뭔가 있다고 느낌 계속 억지로 밀어붙여감 한참 공방 끝에 종인이 상당히 지친 음성으로 읊조림

 

전 모델이 아닙니다..

 

김카가 나가버린 뒤 박찬은 허무함반 떨림반으로 다리를 유지함 후로 약간 방법을 바꿔서 종인 주변을 맴돔 누가 보면 디자이너 쪽인줄 알정도로 돌아다님 그러면서 또 연습은 잘하니까 뭐라고도 안함 김종인 혼자 성가셔서 죽으려고했음 물론 티는 안냄

홀로 남아서 연습하다가겠다고 연습실 한켠에만 불켜서 하다 잠깐 종인이 얼굴이나 보러갈까 나갔움 디자인 사무실은 아직 사람이 꽤 많았음 살짝 열고 대충 훑어보는데 뒷모습에라도 알아볼 녀석이 보이지않음 또 심부름같나 그냥 다시 연습실 돌아옴 근데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들여다보니 웬 사람이 있음 아까 다른 모델들 다 간줄 알았는데 아닌가하여 아무렇지않게 들어가려다 도로 물렸음 이쪽에서 저쪽으로 뚜벅뚜벅 가는 걸음은 런웨이워킹 그리고 자리 주인은 김종인 헉해서 뒤돌아 문뒤에 숨었다가 왜숨었지싶었음

당당하게 보자!했는데 몸은 마른 해삼처럼 쭈그러진채로 안쪽을 살펴봄 종인은 한발씩 내딛는 걸음마다 묘한 경외심이 생길만큼 분위기를 압도함 공기층이 달라 숨을 마음껏 쉬지도 못함 자신을 포함 다른 모델들과 같은 연습장소인데도 어딘지 느낌이 생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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