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히방

공지사항

ㅊㅈ 카이짱팬 아홉.

L2014. 7. 21. 05:31







09.






요 며칠간 수업도 열심히 듣고, 필기도 꼬박꼬박하였다. 강의를 처음 듣는 아이라도 내가 한 필기만 있다면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도경수에게서 문자가 와도 가지 않았다. 흔들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일정이 생기면 혹여 같이 가겠냐 꾸준하게 물어봐주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한번 거부하면 더 이상 잡지 않고 무던히 넘어갔다. 점점 지날수록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그가 서운해 할지도 모른다. 아마 경수도 내색만 안했지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다양한 핑계를 댄다고 해도 그것하나 모를 정도로 그가 멍청하지는 않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때문에 안에 들어있던 카이가 없어진 것도 다 벌이라 생각한다. 할 일조차 제대로 끝내놓지 않고 유희만 즐긴 데에 대한 가혹한 매였다.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그렇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카이를 스스로 피해 다니는 일은 에너지소비가 꽤 컸다.

강의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약속을 잡아 누군가를 만나도 전에 카이와 만났던 것만큼 흥이 오르지 않았다. 삶이 축축 쳐져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혼자서 고심했다.


오늘은 달이 없네. 평소에는 지나가듯 바라봤던 하늘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수업이 다 끝난 후에 술 마시러 가자는 말도 훌훌 털고 왔다. 어딘가에 놀러갈 기분이 아니었다. 천천히 과제나 할 생각이다. 어떻게 해서든 머리에 꽉 들어차있는 생각들을 죄 밀어내야 했다.

처량하게 걷는데 진동이 왔다. 별 생각 없이 일단 화면을 켰다. 리더 얼굴이 들어간 프로필 사진이 떡하니 들어찼다. 이따 있는 스케줄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미리보기 안에 둥둥 떠 있는 그에게 속으로 사과를 건넸다. 차마 대화방에 들어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온몸이 피곤했다. 휴대폰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어버렸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도중 깊이 넣어둔 폰이 또 울렸다. 이번에는 진동이 조금 길었다. 이 시간에 마땅히 전화 올만한 곳은 없다. 도경수일지 모른다. 메신저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 이러나싶다. 원래 이렇게 집착을 하는 아이가 아니기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스케줄 갈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자리에 굳어 섰다. 주머니에 손은 넣은 채로 인도 가운데서 한동안 머릿속을 정리했다. 진동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먹색 바람이 귓속을 후볐다. 이렇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수신 거부라도 하자 싶어서 빼냈는데 처음 보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지역번호 02였다. 스팸전화가 원래 저녁에도 오던가.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기에는 무언가 께름칙한 기분이다. 도경수 전화라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불안했다. 일단 받았다. 스피커 안쪽은 어딘지 차분하면서 활달한 여성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찬열 씨 되시나요?]

“네에? 네, 맞는데요.”

[아아, 안녕하세요. 여기는 **라디오입니다. 전에 사연 써주신 거 있죠. 그게 오늘 생방송 중에 소개되고 전화연결도 하려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네에? 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짧게 설명 도와드릴게요.]



가녀린 목소리가 여러 문장을 단박에 읊었다. 귓가에서 속삭여지는 이 말들이 전부 꿈이 아닐까 되씹었다. 착실히 대답은 하고 있어도 전부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얼른 사람이 없는 길로 빠졌다. 혹시나 말을 조금이라도 놓칠까싶어 손가락으로 한쪽 귀를 막고 다른 쪽에는 스피커를 최대한 붙였다. 작가 분 역시 되도록 느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텐데 대답과 함께 고개까지 연신 끄덕였다.


간단히 말하면 보내주신 사연을 즉석에서 상황 극을 해주시면 돼요.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 게스트를 골라서 주고받는 거죠. 상대는 지금 미리 선택해주시면 되는데 오늘 게스트가,

목소리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도 역시 라디오 담당 작가라 그런지 3초를 넘기지는 않았다.

OXE에요. 다 나오는 건 아니고 세 명이에요. 그들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일부러 노려서 사연을 썼다는 것을 작가님은 모르시겠지. 아무래도 성별이 서로 겹치다보니 이들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다만 예상 범위 밖이라면 생각해두었던 멤버와는 다르다는 부분이었다. 정말 아쉽게도 종인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앞서 닥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대화를 이어나가다 어떤 말이 불쑥 튀어나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사고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는 남자다.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 명 중에서 내가 선택할 멤버는 정해져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수호요.”






연락이 온 라디오 방송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언젠가 도경수에게서 팁을 받고 간신히 사연을 써냈던 곳이다. 당연히 언제 방송이 시작되는지도 알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정도 남긴 시점에 걸려온 것이다. 만약 학교가 끝나고 변백을 따라 술집에 갔으면 미처 받지 못했을 전화다. 곧장 집으로 가고 싶던 예감이 이렇게 통하다니. 완전 빙고다. 여태 죽어있다 여겼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열심히 할 일 하니까 없던 복도 굴러오나 보다. 콧김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작가님 말로는 유선전화로 해야 끊이지 않고 수신율이 좋다고 했다.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쓰지 않았으면 기억이 안 났다. 삐걱거리는 머리에서 겨우겨우 끄집어냈다.

요새 다들 각자 몫을 가지고 다니니 어느 순간 유선전화는 한쪽으로 치워졌다. 거실 외에 전화 콘센트가 있는 곳, 바로 내 방으로. 방을 정할 적에 전화선이 있다는 이유를 들며 누나보다 좁은 곳에 배치되었던 걸 이제야 감사히 여긴다.



방문을 잠그는 절차까지 무사히 마쳤다. 가방을 던져놓고 일단 침대에 몸을 맡겼다. 오랜만에 먼저 도경수 대화창을 밝혔다. 덕분에 라디오 사연 당첨이 되었으니 선물 받게 되면 주겠다고 썼다. 기다렸다는 듯이 숫자 1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도경수는 메신저를 상시 켜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앞서 말풍선이 여러 개 오고간 창을 멍 뜨고 보다가 서서히, 또 분명하게 등줄기가 싸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로 확인과 동시에 답을 주던 그였다. 이런 반응은 익숙하지 않다. 스케줄은 같이 안 간다 했으면서 뜬금없이 이렇게 보내오면 화가 나려날 일이다. 어떤 일정인지는 써놓지 않았지만 정황상 그가 간 곳은 이 라디오다. 오픈 스튜디오에 간 것이 분명했다.

생각이 짧았다. 그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괜히 수호를 선택했다. 도경수가 정성을 쏟고 있는 리더 형이다. 자신이 준 도움으로 당첨된 사람이 그런 그와 도란도란 야야기를 나눈다면 어떤 기분이 드려나. 상황을 바꿔서 상상해 보았는데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입술이 좁게 들어차 살이 자꾸 씹혔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도경수를 만나서 전화 몸통을 대신 쥐어 주어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핸드폰 화면 위에 뜬 시각은 이제 방송 삼십 분 전을 가리킨다. 순간 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주절주절 변명을 얹어 미안하다는 문장을 바삐 써내다 멈췄다. 창을 다 닫아내 침대 한편으로 밀어두었다. 이 시점에서 사과해봤자 더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다. 대자로 뻗어 전등 불빛만 줄기차게 바라보았다. 눈알이 시려와 손바닥으로 가렸다.

이제와 멤버를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안한다고 할 수도 없는 사정이었다. 그가 어찌되었건 주어진 일이니만큼 밀어붙여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물어뜯고 있어 바지 선을 따라 슥 닦아내었다.

정말 간만에 듣는 전화울음 소리가 방 가득 퍼졌다. 혹시나 집 안 곳곳에 퍼져있는 가족들이 들으면 의심할까 신속하게 받았다. 사실 몇 분전부터 무릎 꿇고 대기 타고 있던 덕에 반박자도 채 못 울고 끊겼다.

안쪽에 있는 상대는 아까와 같았다. 방송에 들어가기 전 알아두어야 할 주의사항을 마지막으로 말해주었다. 그리 어려운 말들은 아니었지만 잔뜩 들떠 이해에 시간이 걸렸다. 바로 연결이 될 거고 사이에 이미 음성이 들어가니 디제이 쪽에서 멘트 넘길 때까지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하세요.”



긴장이 된다. 긴장돼서 팔짝 뛸 노릇이다. 두 손으로 수화기를 꼭 잡았다. 자꾸만 손에 땀이 차서 떨어뜨릴까 걱정되었다.

작가 목소리가 끊기는가 싶더니 속에서 라디오 현장이 펼쳐졌다. 주인은 능숙한 진행으로 손님들을 소개하였다. 그들도 항상 하던 인사법으로 처음을 밝히고 하나씩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세 명뿐인데도 쾌활하여 꽉 찬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오직 전파를 통해서만 들어오던 일들인데 지금은 아니다. 여기서 입만 열면 저들과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다. 이게 정말 현실이 맞나싶어 그새 몇 번이고 확인했다. 중지를 뒤로 꺾었다가 시계를 보면서 눈을 끔뻑댔다. 책상 끄트머리에 있던 펜을 쥐어다 허벅지도 찔렀다. 진득한 아픔이 방금 전 가격에 의해 모세혈관이 터졌음을 알려주었다. 다행이다. 꿈이 아니다. 온전한 지금이었다. 헛기침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야기꽃이 오가다 마침내 순서가 넘어왔다. 저곳에 있는 디제이를 포함한 다섯 사람이 온통 나에게로 신경을 꽂았다. 안녕하세요. 딱 그 한마디에도 소란이었다.



“전 당연히 여성분일 줄 알았어요.”



멤버 중 한명이 높은 톤으로 당황을 표했다. 다들 동의한다는 뜻을 담아 말을 건네 왔다. 전부다 아까 작가님이 조언해주신 대로였다. 이렇게 대화가 이어 나갈 것이라며 써냈던 사연에 대해 짧게 설명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분이 말하기도 사연 자체가 워낙에 소녀 감성이어서 남자인 걸 알고서는 놀랐다한다. 고등학생 때 일을 써냈으니 당연하다. 제법 미화가 됐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자기소개를 한 뒤로는 자세한 기억이 사라졌다. 모든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작가에게 연결된 건 확실했다. 잘해주었다면서 홈페이지에 따로 주소를 남겨주면 선물을 보내주겠다고는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끝났다.

온전한 전화 형태를 한참 내려다봤다. 방금 전까지 저걸 귀에 대고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들어서 다시 대보았다. 뚜우 하는 일정한 소음만 이어졌다. 끊어진 게 실감이 안나 얼마동안 정신을 날린 채로 있었다.



어쩐지 다리가 저려온다 싶었는데 몇 십 분 넘게 한 자세였다. 공손하게 꿇어앉았던 무릎을 폈다. 뿌드득하며 경련이 올라왔다. 이제야 고통이 제 자리를 찾아온다. 전화를 거실에 다시 가져다 놓는 건 뒤에 하기로 했다. 어차피 따로 유선전화를 찾는 사람은 없어서 괜찮았다. 느긋이 할 것이라 다잡고 일단은 몸을 일으켜 침대로 뻗었다. 가뜩이나 찌릿한데 고동이 심하게 울려 두 다리까지 떨림이 전이되었다. 몇 걸음 못 걷고 풀썩 주저앉는 걸 그냥 네 발로 기었다.

푹신한 이불에 몸뚱이를 쭉 펴 붙이자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입을 가만 벌리고 천장만 바라봤다. 전등 불빛은 아까와 별 다를 바 없이 밝았다. 그럼에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어두워져버리면 그나마 있던 잔상조차 흐트러질 것 같았다.

수호와 했던 대화들을 찬찬히 정리해나갔다.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떠올려야한다. 잘못 앞서 나갔다가는 통째로 어긋날지 몰랐다.



써낸 사연 줄거리에 맞춰 그들이 읽어주는 객관식보기 중에서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주어진 주제는 ‘내가 만약 그 때 고백을 했었더라면’. 누구를 좋아했고, 얼마나 표현했으며 아쉬운 정도가 얼마인가가 심사 기준이랬다. 프로그램에서는 이후 상황을 만들어주어 당시에 못 다한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었다.

그렇다, 고백. 난 고등학생 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여태 가지고 있었다. 쉽게 한 단어로 그 감정을 규명하자면 첫사랑 정도가 가장 알맞다. 제대로 표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그 때였다. 달리 후회는 하고 있지 않다. 아마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고백 따위 꿈도 못 꿀 것이다. 이건 성격 문제이기 전에 상대와 나 사이에 놓인 관계성에서 먼저 틀어졌다.

난생 처음으로 가슴 아린 경험을 겪게 해준 그녀는 문학 담당 선생님이었다. 상대가 선생님인 것이 소녀감성이라고 불린 이유였다. 선생님 역할은 먼저 선택한대로 수호가 해주었다. 예능이 섞여 당연히 장난기 가득한 상황 연출을 만들었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못했다. 복합적인 이유였는데 단연 문제가 되는 것은 라디오를 듣고 있을 도경수 때문이었다. 지우려 애써도 수호와 말이 오갈 때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인상이 날로 거세졌다. 오픈 스튜디오 유리창에 달라붙어있을 흰 자 가득한 눈알이 선했다.

생각해보니 이 때문에 보기도 제대로 못 들어 두 번이나 되물었다. 귀찮은 놈이라 여겼을 것이다. 멤버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어야 하는데 망했다.



하얗게 번뜩이는 전등 한가운데가 점차 까맣게 뭉그러져갔다. 기억 끈이 두피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었다. 그리고 또 뭐라 했더라. 무슨 말만 해도 계속 까르르하는 웃음소리만 들렸다. 수호 웃음 톤만 정확하게 떠올랐다.

아까 침대 구석에 던져두었던 핸드폰을 더듬어 찾았다. 알림 라이트가 번쩍번쩍 제 위치를 알리고 있었다. 메신저 아이콘과 함께 뒤집힌 빨간 수화기 모양이 같이 찍혀있다. 부재중 내역부터 별 생각 없이 훑었다. 디귿으로 시작하는 이름만 아니었더라면 바로 취소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현재 시간을 보니 연락이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얼른 화면을 오른쪽으로 그어 통화 자세에 임했다.



“여보세요?”

[뭐해.]



오랜만에 도경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목구멍에서 뜨거운 게 울컥 솟았다. 그간 뭉쳐놓고만 있던 미안한 마음이 한순간에 줄줄 쏟아졌다. 경수야, 미안해. 내가 진짜 미안해. 담겨있는 말들을 전부 뿜어낼 때까지 건너는 고요했다.



[괜찮아.]



콧물 찔찔 짜며 낸 사과가 민망할 정도로 아주 짧은 답이었다. 도경수라서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허무했다.



[리더 형한테 나 띄워줬잖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다.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 묻는 데 계속 눈앞에 떠 다니던 이름을 먼저 말하고 있었다.



“도경수요. 아니, 저 그게 얘가 제 친구인데요 수호 형을 진짜 좋아해요. 네, 진짜로. 지금 오픈 스튜디오에서 보고 있거든요? 아마 얘가 지금 수호 형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예요.”



무작정 던져놓고 난 바로 작가에게 다시 연결이 되었다. 그렇게 지금이다. 경수가 어떻게 받아냈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꿈과도 같아서 줄곧 정신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진짜 고마워. 우리 평생 가자.]



너무 뜬금없어서 뜻을 알기 어려웠다. 확실한 건 살짝 격앙된 음성이었다. 무어라 답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가싶더니 끊어졌다.

사과도 받아준 데다 도리어 고맙다고까지 했다. 무엇보다 평생 가자는 말이 가장 마음에 꽂혔다. 눌려있던 부담에서 풀려난 해방감이었다. 다 좋았지만 대체 왜 이러는지 쉽게 이해가 안됐다. 분명 전화가 끊어진 뒤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 여기고 서둘러 핸드폰 인터넷을 켰다.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실시간 검색어 창에 유독 급격하게 솟아오른 단어가 있었다. 수호 공개고백. 저게 왜 떠 있는지 꼭 알 것만 같아 더욱 충격이었다. 단 2어절만으로 모든 상황이 그려졌다. 이건 분명 도경수가 뭔가 일을 치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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